travelogue✈️/2005 US 🇺🇸

20050430 ~ 0502 day off

테디앙앙 2012. 12. 22. 12:06


ACE 출발 전 IWO측에서 '중간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니 MP3나 책같은거 챙겨가면 좋구요..'했는데,
이쯤되서는 아마도 이 즈음이 나한테는 슬럼프였던 것 같다
(찍은 사진이 한장도 없네)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간만 죽이며 씨모으던 프로젝트에서 돌아오니
내 침대는 다른 이들에게 점거당한 데다가 침대위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_-을 전해 들은 후로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나빠졌다 (주범: "열정의 동물" 커플)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기간 중에는 침대를 비워주고, 돌아오면 빈 침대에서 자는 것이라는데
그동안 침대는 여유가 있었으므로 그냥 각자 하나씩 침대를 정해서 쓰고 있었다
이번 새로운 ACE crew들의 대거 등장으로 그 암묵적인 룰이 깨지게 된 것이었다
따지고보면 나는 수련회 이런거 말고 이런 류의 공동생활은 처음인데다가
혼숙에-_-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눈뜨면 두명의 미소년금발 danish boy들이 내 바로 옆 침대에서 웃통을 훌렁훌렁 벗고 잘도 자고 있었지..)
정해진 개인공간 없이-_-
샤워꼭지 조절안되는 욕실에-_- (샤워꼭지 손잡이가 빠져버린 상태에서 꼭지를 역삼각형 안의 어느 포인트에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냉수마찰이냐, 온수샤워냐, 피부화상이냐가 정해지는 것이다)
열악한 조건이 대수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참에 마저 숙소에 대한 불평을 구시렁거려보자면
ACE의 공동숙소로 당시는 두군데가 있었는데 white house와 old house가 있었다
old house는 그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낡은데다가
기차역과 인접하여 매일 새벽 4-5시쯤이면 어김없이 신경질적인 기차 경적소리가 들려오고
도서관은 white house에 비해 더욱 먼 거리에 위치하는등
이래저래 white house보다는 안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집의 자랑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내가 머물던 2층 다락방의, 마치 대장의 융털을 연상케하는 굵은올의 카페트,
부엌에는 세월의 흔적을 대변하는 splashed 자국의 카페트,
곰팡이내음 물씬 나는 욕실의 카페트 등
온갖 카페트였다
이런 집안에 꾸역꾸역 봉사자들을 몰아넣으니
Chris와 Annis(대장격)가 어찌나 밉던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열악한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은
나한테 정말이지 가장 큰 도전이고 숙제였다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ACE crew들과 심지어 Chris & Annis에게마저 이당시의 혼란은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외적인 혼란과 내적인 혼란으로 인한 회의에 내내 시무룩한 시기였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을 배우고 있긴 한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뭔갈 얻어야한다는 강박이 더욱 더 힘들게 만들었던 것 같다
경험으로 무언가를 깨닫는 것에 있어서
수학문제처럼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답은 이거!라고 명확히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배우고, 깨달아, 내가 한층 더 자라나게 되었다는 것은
시간이 흘러 나중에나 '아 그때였구나' 알게 되는 것일텐데 말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carpe diem"
당시 나에게 꼭 필요했던 교훈일 것이다
 
 
주) 열정의 동물:
일명 Animals of passion으로 부르던 Leo & kamila
전에 소개한 채소와 함께 나의 블랙리스트 2번의 인물들이었는데
이유는 내 머리맡에서의 과감한 애정행각-_-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전해들은 그 다음날 아침, 바로 확인을 하게 되었으니....... (후략)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히피라고나 할까?
 
페루계 독일인 헝클어진 장발과 수염, 헤진 바지 그리고 맨발의 청춘인 Leo
기타 옆에 매고 Camel 담배를 멋지게 피던 kamila
 
지난번 southbass trail 프로젝트 이후 커플이 되었다 하는데
나름-_-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